Sunday, March 5, 2017

2015년 5월 14일 목요일 '1968년 2월 12일' 책모임

한겨레의 고경태 기자가 쓴 <1968년 2월 12일> 책모임에 참여했다. 베트남 민간학살 지역 중 한 곳인 퐁니, 퐁넛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겪은 한국군에 의한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1968년 당시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지금의 한국과 베트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책모임은 고발뉴스가 새로 입주한 건물에 있는 뉴스카페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좀 조그마한 곳이긴 해도 아늑한 공간이다. 가게 주인은 이상호 기자가 아니라 다른 분이라고 한다. 한 30분 전 즈음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다시피해서 썰렁했는데 시작할 때 즈음 되니깐 사람들이 몰려 들어왔다. 상당수 성공회대 학생들이 있었던 듯...

이 책은 제목처럼 단 하루를 다룬 책이다. 한 마을이 당한 학살에 대한 이야기이니 하루 이상을 가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하루에 대해 한 권이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남겨진 사람들의 원한과 슬픔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상처가 담겨져 있다. 이것들이 종전으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양쪽에게 감추고 싶은 일로... 이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쪽은 슬픔에, 이것을 계속 감추고자 하는 쪽은 분노에 잠기게 된다.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 사진전이 열려 이와 동반되는 행사가 열릴 당시에도 이 슬픔과 분노는 여실히 드러났다. 슬프지만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 한국에 찾아온 당시 생존자들과 이에 분노하는 당시 참전군인들. 생존자들에게 동조해 같이 슬퍼하는 한국인과 참전군인들에게 동조해 같이 분노하는 한국인. 이 골을 메워내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노력을 감당할 수 있는 주체이자 진정한 가해자인 국가는 감당하려 들지 않고 피해자들끼리 대립하는 양상만 계속되게 된다.


1년째 진전다운 진전을 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아니 이건 더 악질적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골을 키워나가고 슬퍼하는 쪽과 분노하는 쪽의 가운데가 될 수 있는 곳이 없어진 지 한참 되었다. 사람들이 가운데를 찾아보려고 하고 있지만... 없는 건 없는 거다.

오늘(이젠 어제가 된) 예비군 훈련장에서 한 예비군이 사격훈련 중 갑자기 일어나 주변 사람을 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을 맘대로 휘두를 수 없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했지만 사격은 전쟁 상황을 전제로 하는 건데 자유롭게 총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형식적인 사격 훈련을 하는 건 어떨까 싶다.(원래는 지지대 하나만 있었는데 예비군 기간 후반 때엔 알 수 없는 원통 모양 기구를 놓고 난리를 피웠다. 참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문제는 현역으로 1년 10개월에서 2년을 보내고 나서도 예비군을 나와야 하는 현 세태이지 않을까? 난데없이 예비군 훈련을 꺼내는 이유는 1968년이 이 예비군의 기점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공산국가를 지지하는 북조선과 아예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던 한국은 당연히 대립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나온 사건 중 하나가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이다. 이 사건 후 남북대립이 더더욱 격화했고 예비군 창설이 이루어지게 된 뒤 지금까지도 예비군 훈련은 이어지고 있다. 대립의 상징은 이제 없앨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결국 우리들도 피해자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매년 수십만 명씩 발생하고 간접적인 피해자는 이의 몇 배가 되는 것이다.

분노하는 참전군인을 보며 응우옌티탄 씨가 "저 사람들은 아직도 밀림 속을 헤매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밀림 속을 헤매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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