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1, 2017

2016년 11월 27일 숫자 위에 없는 민주주의

미국 대선은 시민들이 직접 투표를 하지만 투표의 대상이 각 주에 속한 선거인단이고 한 주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고 그 결과 합이 큰 후보가 이기는 다른 나라에선 없다시피 한 방식이라 선거 때마다 문제시된다. 특히 이번처럼 득표수에선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선 지는 경우가 발생했을 때 상당히 부각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방식만 다를 뿐이지 상당한 수의 나라에서 나라의 최고위 지도자를 직접투표로 뽑지 않는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쪽이 자체 경쟁을 통해 총리를 뽑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럼 이 총리는 정말 그 나라의 시민들이 원하는 총리일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경쟁자수가 적은 나라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1당의 의석수가 과반이 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그래서 제1당이 된 정당에게 연정을 해서라도 과반을 채우게 하는 규정을 두는 나라도 있다.) 과반을 기록하지 못하면 결국 제1당이자 여당이 된 정당이 다른 당의 합보다 적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확률도 높다. 과반을 기록했다 해도 애매모호하게 넘겼을 경우엔 야당이 이긴 지역에서 열렬한 지지가 있었을 경우 이 또한 여당이 받은 전체표보다 야당의 전체표가 높을 확률이 존재한다. 게다가 여당이 의석을 채우는 데에 동의한 시민들의 비율은 더 적다.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투표율 100%를 기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벌금 같은 걸 매기는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결국 어떤 나라의 지도자도 경이적인 표를 얻지 못하는 한 과반수의 시민들은 그를 지지하지 않거나 아예 반대편에 서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건 대통령을 직접 뽑는 한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승만처럼 상대방 후보를 암살해 대적할 상대가 없게 한다거나 부정개표를 저지르거나 박정희 전두환처럼 체육관 선거를 치르지 않는 한 과반수 득표를 하기 힘들고 했다고 해도 그 득표율에 시민들의 투표율을 곱하면 뚝뚝 떨어진다.(18대 박근혜-최순실 51.55% X 75.88%=39.07%) 동의하는 사람보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을 지도자로 세운 이 나라들은 모두 불공정한 것인가? 한 나라의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통용될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오해가 있기까지 한 것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우리 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해서 이걸 바꿔야 된다고 해봤자 바꾼 것 또한 불리하게 작용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계속 바꿔봤자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지금 한국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있는 개헌 또한 마찬가지다.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가면 정말 좋은 일들이 나쁜 일보다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을까? 옆나라 일본을 보면 민주주의 국가를 유지하고 있긴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 당이 전체를 압도하는 상황에 처했는데?(잠깐 이기고 있었던 민주당은 민진당이 되었는데 지난번 총선 때 얻은 의석이 32석... 그래도 제2당) 이건 이렇게 해야한다 저건 저렇게 해야한다 서로 말이 오가지만 결국 자기들에게 유리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말들이다. 새누리는 계속 그 유리한 위치를 점거하고 싶으니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는 망발까지 내뱉었고 새민련은 '우리도 지역구 의원 살려야 되는데...' 하다가 받아버렸고.(단, 너무 줄이지는 않는 방향으로 진보적인 척) 그런 사람들이 원내교섭단체인 채로 다시 개헌논의를 해야 된다고 달려들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손길에서 나온 개헌이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까? 개그도 너무 반복해서 보면 질리는 법이다. 안 그래도 청와대에 사시는 분이 계속 웃겨주신 나머지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는 우선적인 방법은 어줍잖은 헌법 고치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서만 시민이 되는 사람들과 다른 곳에서도 시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정치가들 사이에서 이것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대선 개표결과 숫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데에 몇 년째 온 힘을 쏟는 사람들인 것이다. 보지도 않은 영화의 대사지만 또 인용하게 된다. 뭣이 중헌디?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가, 자신,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뽑히는 것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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