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7, 2017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저기에 반기문이 있다, 돌격!

반기문이 한국에 온 후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디를 가도 기삿거리이니 거기만 줄줄 쫓아다니는 기자들이 한 트럭 다니는 듯 뭘 해도 기사가 나온다. 당연하다시피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한참 옛날에 나왔던 반기문 우려 시리즈가 직썰에 올라왔던 것이(반기문, 그는 오늘도 우려한다) 11월 말 들어서 다시 뜨기 시작한 적이 있었고 나도 그 시점에 이 글을 봤었다. 물론 반기문이 UN 사무총장으로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서구 언론에서 떡방아 찍듯이 씹어대고 있다는 소식은 자주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것도 안 한 건가 하는 생각에 나도 덩달아 이 글을 공유했었다. 그런데 그저께 프레시안에서 이 글에 대한 검증기사가 올라왔다.('우려왕'? 반기문은 독재자에 하야를 촉구한 적이 있다) 이 기사에서는 직썰에 올라온 글에 대해 모든 걸 우려만 하는 그런 허수아비로만 있던 게 아니었다며 최소한 참새는 노려봤다는(?) 설명을 올렸다. 특히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서구 언론도 떡방아를 찍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댓글은 예상대로 올라왔다.





그냥 들을 생각을 안 하고 어떻게든 반기문이 멍청하게 지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나신 분들로 댓글란이 도배되었다.(프레시안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바보뉴스 취급하는 댓글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워져 있다.) 한편 이런 기사(?)도 있다.


기사 뒤에 ?를 찍은 건 이게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_-; 이런 기사는 언론에 존재하지 않고 사진도 다른 기사에서 가져온 것이지 <뉴스1>에 실리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사의 제목으로 검색해 보면 줄줄이 튀어나온다. 카페와 블로그에서... 언론에서 올린 글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비슷한 것으로는 유로저널에서 올린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 "UN 출마 제동 가능'이란 글인데 여기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주장에 가까운 글이지 실제로 새로운 UN 사무총장인 구테흐스 씨가 반기문의 대선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애시당초 유엔법은 무슨 유엔법인가, 유엔 결의안이지... -_-;;; 그런데 이번엔 실제 언론에서 외신을 동원해 반기문을 씹었다. CNN에서 반기문을 수첩 없이는 직원과 이야기도 못하는 인간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엔 진짜인가 싶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틀렸다. CNN 기사의 내용은 '반기문은 수첩 없으면 유엔 직원과 대화 못한다'가 아니다
(자신의 기사가 한국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알 수 없는 기자 분께 사죄드리며 기사 원문 링크 공유 New UN Secretary-General Antonio Guterres starts work)

-_-;;;;; 수첩공주 박근혜에 어지간히도 싫증이 난 건지(내가 알기로 <국제신문>은 보수적인 지역신문인데...) 할 일 없이 외신을 들여다보던 기자가 note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모든 전투력이 동원시킨 것 같다. 하지만 위의 <허핑턴포스트>처럼 침착하게 본문을 해석한 곳은 거의 없는 듯 계속해서 반기문의 수첩왕자화(?)가 진행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미국 대선 때 대화재를 겪은 후 진영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 멀은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걸 보는 사람들의 비판적인 시선인 건데 지금까지 쓴 것처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반기문을 조금만 안 좋게 말했다는 소식이 들려도 바로 우르르 몰려가서 자기들 입맛대로 까기에 바쁜 것이다.(내가 시사를 볼 때 가장 조심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일이 화제가 되었을 때 무작정 몰려가서 볼 게 아니라 한 발 물러나 있다가 전체를 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하긴 이런 고루한 태도나 취했으니 사람들의 관심도 없는 거겠지.) 이렇게 계속 몰려다니다가 결국 2012년을 재현하는 것 아닐까? 상대방을 까기에 바쁘다가 자기들 쪽 성이 제대로 쌓여있지 않은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무너진 다음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계속하고 있는 지금처럼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UN 사무총장 감투가 무섭긴 무서운 것 같다. 온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이 모냥이라니...


수첩왕자(?) 글을 처음 본 곳에 올렸던 댓글. 역시 소용없었다. 다들 영어 배워다가 어디다 날려보낸 건지...


결국 반기문은 물러났고 fake news가 화제로 떠올랐다. 정말 언론인 척하고 기사를 올려 사람들을 속이는 짓거리는 확실히 단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자유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곳에서 하고 있는 짓거리는 아무리 봐도 자기들에게 불리한 여론의 싹을 잘라내 버리려 하는 행위 같다. 하긴 fake news가 떠오르기 전부터 사람들 입에 재봉틀을 들이대지 못해서 안달이 난 족속들이 어련하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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