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봤던 뉴스타파 중 가장 인상깊었던 방송은 최승호 앵커와 김기춘이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 돌발취재가 이뤄졌던 <조국이 버린 사람들>이었다. 재일동포를 상대로 간첩조작 행위를 벌이고도 피해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금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 끝끝내 답변을 거부하고 뻣뻣하게 앉아있는 김기춘과 고문 후유증에 극심하게 시달려 정신병원에 살다시피 하셨고 지금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시는 김승효 씨의 대조되는 모습에 난 이가 갈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슬펐고 너무나도 분노가 치밀었다. 이대로 상처를 또다시 덮고 가야되는 건지, 역사가 평가를 한다 한들 피해자 분들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뜨게 되고 김기춘 역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끝나는 것이 아닌지, 역사가 평가를 하기는 할 것인지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면서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이 장면이 올해 만들어진 영화 <자백>에서도 그대로 사용되었다. 개봉기간 초반에 주진우 기자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시간대가 있다고 하길래 바로 예매를 해서 갔다. 예상대로 객석이 꽉 찼는데 위의 최승호 앵커가 김기춘에게 계속해서 접근하는 장면이 나오자 사람들이 웃어대기 시작한다. 난 그저 어이가 없어졌다. 이게 대체 뭐가 웃기다는 건지... 김기춘이 피해자들의 상처를 외면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웃긴 걸까?
원세훈을 만나는 장면이 나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우성 씨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최승호 앵커의 말을 계속해서 무시하는 원세훈과 괜히 극성을 부리는 그의 마누라의 모습에 사람들이 계속 웃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위의 원세훈의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된 부분에선 특히 그렇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웃어넘기고 있는 저 모습이 참으로 웃기는 모양이다. 이게 내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꺼려서 다운로드판으로만 보거나 정 극장에서 보고 싶다면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만 선택하는 쪽으로 타협한 이유이다. 난 나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싶은데 주변에 사람이 많을 경우 이것은 쉽게 방해받는다. 기본적인 극장 예절도 안 지키는 등신 새끼들 때문에 그러는 경우도 많지만 가장 큰 요인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맞추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 다수결의 원칙을 강요당하는 극장 자체의 속성인 것이다. 다운로드판보다 비싼 돈을 주고 일부러 찾아가서는 일시정지도 다시 확인해 보고 싶은 곳으로 되돌릴 수도 없는 곳에서 그런 빌어먹을 기분까지 느끼게 되면 대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 TV 방송에서 쓰이는 웃음소리하고 다를 게 뭔가. 난 내가 웃고 싶은 곳에서 웃고 싶고 울고 싶은 곳에서 울고 싶은 거다. 왜 영화 보려고 돈을 주고선 다른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감정을 유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건지... 결국 영화를 다운로드판으로 다시 구매해서 보면서 느낀 감정과 그 때 극장에서 느낀 감정을 비교해 보니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대중의 감성이 이상해진 건지 그냥 내가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또라이라서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자신이 여기에 있으므로 옳다는 등신같은 정당화는 하고 싶지 않다.(천만 관객 영화=천만 시민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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