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7, 2017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악마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특검이 이재용에게 수사를 위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법원이 기각을 때려서 하룻동안 사람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법원은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지만 사람들은 삼성의 승계자를 구속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거라고 말하고 있다.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구속과 경제발전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 일을 보면서 재밌게 느껴진 건 이재용의 구속에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이재용 구속→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반대를 하는 쪽은 여태까지 기업인들이 구속될 때마다 내세운 구속을 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온다, 찬성을 하는 쪽은 구속을 하면 오히려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로 나왔다. 이 대립구도를 좀더 생각해보면 이재용이 구속된다고 해서 딱 어떻게 될 거라는 확신은 양쪽 다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미래에 살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는 거고 지금 당장은 그저 각자의 희망사항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경제가 어떻게 될 거라는 확증이 있다면? 반대 쪽은 그래도 자기 쪽에게 불리하면 걷어찰지도 모른다. 그런데 찬성 쪽에게 불리한 거라면? 그때는 이렇게 가도 저렇게 가도 궁색해진다. 여태까지 이런 장면이 계속 반복되었지만 찬성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명확한 자기들의 프레임을 세우고 그걸 기반으로 버티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어떤 잘못을 한 것이 명확해 보이는 사람을 구속하는 데에 경제적 영향력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아닌가? 어떤 공동체 안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악마는 공동체 전체에게 이익을 주지만 그 이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사익을 쌓고 있고(심지어 공동체 노동력의 일부는 그 악마를 위해 투입되고 있지만 그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도 다른 공동체 구성원과 비슷하게 가져간다.) 그런 과정 하에 소수의 구성원들이 죽어간다. 거기다가 사익을 키우기 위해 공동체의 지도자를 매수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럼 이 악마를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놔둘지 잡을지를 결정해야 되는가, 죽은 사람들과 매수 행위를 놓고 놔둘지 잡을지를 결정해야 되는 건가? 세상은 너무나 웃기게도 전자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 이익을 이유로 악마를 잡지 말아야 된다 외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개신교에 기반한 보수세력이다. 도대체 사십 일간 단식을 행하여 지쳐 있을 때에 나타난 악마의 유혹을 뿌리쳤다는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에서 뭘 가르치는 건지 나로선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런 다툼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판사의 잣대를 결국 경제의 영향력으로 놓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원래 이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웃기는 프레임 끌려가기가 계속 진행되는 걸까?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도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반기문도 충청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듯한 안희정도 모두 삼성에게서 경제분석 받아보던 노무현 정부 출신 아닌가. 진행되지 않는 게 이상할 것 같다... -_-... 그럼 한국은 계속해서 우리에게서 뭔가를 조금씩 뜯어가고 있는 것 같아도 어떤 반항을 할 수 없는 악마를 숭배하면서 살아야 한다. 박노자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안에서...


이후 특검이 재차 청구한 구속영장은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반전된 것은 아니다. 황교안이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서 반전시킬 수 있었던 기회가 거꾸러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대로 가면 결국 검사의 조사도 설렁설렁, 재판도 설렁설렁 진행될 확률이 높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끄떡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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