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란 어떤 사람인가?
우리가 보통 옛날이야기나 판타지의 등장인물로서 친숙한 마녀의 '전설과 진실'에 집중된 <마녀의 비밀전>이 라폴레 뮤지엄 하라주쿠(토쿄도 시부야구)에서 열리고 있다. 독일의 팔츠 박물관, 로텐부르크 중세범죄박물관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서른 곳 이상의 미술관·박물관에서 출품된 전시사료는 악마를 쫓는 부적이나 연금술 도구, 마녀재판에 대한 서류나 고문도구 등, 지금까지 일본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들 뿐, 영상이나 조망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전시장에서 어두운 역사에 파묻힌 마녀의 진실을 맛볼 수 있다.
그런 마녀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토쿄전시장의 공식대사로 취임한 이가 인기성우이자 가수인 우에사카 스미레 씨다. 엔터테인먼트 스테이션에서 단독 대담을 감행하여 꿈을 떠올리게 하는 "현대마녀" 대표로서, 그리고 역사와 이야기를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지성적 여성으로서, 우에사카 씨가 생각하는 "마녀"와 "마녀의 비밀전"의 매력을 물어봤다.
-우에사카 씨 하면 러시아나 구 소련 공산당을 사랑하는 군사문화 애호가로서 유명한데, "판타지 속의, 여자아이가 동경하는 존재인 마법소녀도 친숙한 존재였다."라고 하셨죠. 지금까지 어떤 마녀들과 만났나요?
옛날도 지금도 여자아이가 읽거나 보는 이야기는 당연하다시피 마녀가 등장하잖아요. 전 게임도 좋아하는데, RPG 속에도 마법이 등장하죠. 초등학생 때엔 만화잡지 <나카요시(なかよし)를 엄청 좋아해서 <슈가슈가 룬(シュガシュガルーン)>이나 <천사소녀 네티(怪盗セイントテール)> 등을 읽었어요. 그런 작품에 그려지는 일본의 전형적이 마법소녀는 귀엽고, 푼수 기질도 있고 해서, 제 마음 속에선 귀여운 인상이 강했어요. "마법을 사용하는 여자아이"="마녀"는 빛나는 존재, 여자아이가 동경하는 대상으로서 매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세대였다고 생각해요.
-옛날이야기나 옛날 디즈니 영화 같은 "선량한 공주 VS 나쁜 마녀" 이런 구도가 아니라 마녀 자체가 동경의 대상인 공주였죠. 이번 <마녀의 비밀전>에선 <슈가슈가 룬>의 안노 모요코 선생님이 만드신 그림 <노을 속 마녀(夕暮れの魔女)>도 전시되어 있는데, 작품을 읽고 있으면 쇼콜라나 바닐라가 입는 것 같은 옷을 입고 싶어, 방에 있고 싶어, 무엇보다 마법을 써서 싸워보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우에사카 시는 "마녀가 되는 것보단 멀리서 동경하고 싶다."라고 말씀하셨죠?
사실 어릴 적부터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빵집 주인 같은 구체적인 직업으로 답하는 아이였어요. 이야기나 판타지를 매우 좋아하지만, '내가 될 리가 없잖아.'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녀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 이런 식으로 동경하는 존재였죠.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마법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자기자신을 대할 때엔 현실적인 어른스러운 소녀였군요. 지금처럼 20세기의 역사나 러시아라는 나라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초등학생 때까지는 평범하게 순정만화를 읽으면서 보냈지만, 중학교에 들어왔을 때엔 서브컬처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틈만 나면 나카노 브로드웨이에 다니면서 음악도 나고무 레코드(인디밴드) 쪽으로 들었고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엔 유튜브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데 거기에서 영상을 보다가 소련국가를 접하면서 우연히 들었던 그 곡조가 마음을 울렸어요. 러시아어의 울림, 공산당 특유의 모티브... 모든 게 멋졌어요. 다르게 말하면 이 세상에 없는 판타지와도 같은 소련의 역사나 정치체계에, 단번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학에선 러시아어를 전공했죠? 대학에선 어떤 연구실에 들어갔나요?
역사정치 연구실에 들어갔어요. 스탈린의 측근이었던 뱌체슬라프 몰로토프를 무지 좋아해서 그 사람을 조사하기도 하고, 거슬러 올라가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소련의 여명기에 탄생해서 결국 숙청을 당했던 노동자부대 "노농적군"을 조사해보기도 했어요.
-우에사카 씨의 눈이 엄청나게 빛나는데요(웃음) 소련사를 정말 좋아하시네요. 예를 들면 인기작 <걸즈 & 판처>에서 구 소비에트 공산당 기관지의 이름을 따온 프라우다 고등학교 부대장 논나 역으로서 러시아어를 피로하고 러시아의 명곡 <카츄샤>를 부르기도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지금까지 우에사카 씨가 흡수해온 문화는 일할 때에 어떤 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나요?
"다양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연기할 때 너무나도 도움이 돼요. 논나의 러시아어처럼 구체적으로 '저걸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드물지만, 순전히 애니메이션만 본 게 아니라, 역사나 영화나 음악 같은 문화를 섭취해온 것이 하나하나 대사에 담겨지는 것 같아요.
역사나 다른 문화는 애니메이션과 전혀 다른 세계인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마녀의 비밀전>도 그렇지만, 사실은 매우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런 관계를 발견할 때마다 재밌네, 좀 더 알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기본적으론 매일 성우 일을 하고 있지만, 서점에 들러선 반드시 연구서 코너를 둘러보고 있어요.
-사실 가수로서 활동하면서도 20세기를 동경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데 음악과 관련된 개인사를 알려주시겠어요?
어릴 적엔 어째 일본 대중음악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7080 인기곡 음반이나, 디스코 뮤직이나, 유로비트 같은 걸 마음 가는대로 들었죠. 제가 처음으로 직접 샀던 건 <사이버 트랜스> CD였어요. 어디까지나 마음이 가는대로 들었던 거지만, 서브컬쳐를 좋아하게 된 이후 YMO나 근육소녀대나 텐키 그루부라든가 한 시대를 장식했던 "서브컬쳐의 왕도"에 푹 빠져 있었던 게 결정적이었죠. (웃음) 그리고 최근 들어선 메탈에 빠져 있어요.
-뭘 듣나요?
블랙 서버스의 <파라노이드>라는 유명한 앨범이에요. 듣고서 충격을 먹었어요. 그 전까지 서양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메탈은 재킷도 재밌고, 옷차림도 독특하고, 기술이 발달된 분야라서 공연도 재밌어요. 그래서 가사를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이상한 버릇이 보이지만 친근감이 솟아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럼, 앞으로는 메탈 쪽에 점점 더 심취하게 되는 건가요?
사실 같은 걸 전부 통틀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번에 이걸 하면 다음엔 저거, 이렇게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애니메이션 노래라는 장르는 허용력이 상당해서 아이돌처럼 귀여운 곡도 있는 반면, 메탈 같은 노래도 할 수 있죠. 그런 애니메이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자유로움을 살려서 여러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기대되네요. 노래하는 성우, 혹은 연기를 하는 가수로서 "연기"와 "노래"의 관계를 어떻게 두고 있나요?
성우 일은 우선 등장인물이 되어 걷는 것부터. 등장인물에 제가 달라붙어서 목소리를 대어보는 건데요, 노래의 경우엔 제가 발신하는 거에요. 노래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만, 등장인물이 되어 걷는 연기를 하는 것 덕분에 발견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도 있죠. 여러 등장인물을 연기함으로써 여러 장르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 노래를 통해서 자기표현을 함으로써 몸에 익는 표현력을 가진 연기도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성우로서 나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네요.
애니메이션은 요즘 꽤 일반화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푹 빠진 사람이 보면서 즐기는 세계의 면도 남아있어요. 한편, 전세계의 사람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아주고 있어요. 저는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했지만, 전세계의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이 알아주시는 등장인물을 맡아보고 싶다, 그런 꿈이 하나 있어요.
-러시아에도 또한 일본의 서브컬처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죠? 러시아에서 활약해볼 계획은 없나요?
러시아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깊이가 깊어져서 더빙은 그 쪽 분께 맡기는 게 좋겠죠. 역으로 러시아의 장점을 일본에 소개하는 건 저도 할 수 있으니깐 그런 다리놓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러시아 분들은 일본인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시지만 일본인이 보는 러시아는 아직 무섭다는 인상이 남아있죠. 그걸 불식시켜보고 싶다, 랄까?
-러시아는 문화나 음악의 세계에서도, 사실 매우 로맨틱한 매력이 있으니깐요. 고식&로리타 옷을 좋아하는 분들도 마녀와 같이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우에사카 씨가 고식&로리타와 만난 건 역시 이야기에서인가요?
처음엔 <KERA>나 <고식&로리타 바이블(ゴシック&ロリータバイブル)>이라고, 옛날부터, 그야말로 <불량공주 모모코(下妻物語)> 같은 작품에 나오면서 시민권을 얻게 되기 훨씬 전부터 로리타 애호가 분들이 기댈 수 있었던 잡지부터 들어갔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 저는 꾸미는 것엔 흥미가 없어서 뭘 입어야 될지 몰랐어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보는 여자아이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은 했죠. 그래서 '옷이 귀여우면 귀여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처음엔 가게에서 블라우스 한 장을 사서 집에서 몰래 입어봤어요. 밖에선 아무래도 입을 수 가 없어서 말이죠.
-집 안에서만 몰래 변신을 한 거군요.
네, 그런 기분이 들었죠. 그러면서 용돈을 열심히 모아서 한 벌이 모이도록 살 수가 있었어요. 역시 밖에서도 입고 돌아다니고 싶어졌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었나? 엄청 기뻐서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게 기억나네요.
-멋진 이야기네요. 우에사카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여자아이들은 분명 지금도 싸우고 있구나, 귀여운 옷이나 이야기에서 마법과도 같은 힘을 얻는구나, 하고 가슴이 뜨거워져요.
<마녀의 비밀전> 토쿄 전시장은 라폴레 뮤지엄 하라주쿠여서 옷을 보는 겸 전람회도 보러 가자 이런 분이 분명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고식&로리타를 좋아하신다든가, 중세 분위기를 좋아하신다든가, "옷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최소한 그런 것을 바라보는 감성에 민감하실 거에요. 분명 무언가, 소중한 것을 깨닫을 거라 생각해요.
이 <마녀의 비밀전>은 예상 이상으로 독일을 비롯해 유럽사의 구조를 알 수 있는 전시가 만들어졌어요. 저도 이번에 판타지나 마법소녀 같은 걸 모티브로 접해온 "마녀"의 인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어요. 지금은 별 생각 없이 입고 있어도, 근본을 알면 더욱 그 옷을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해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도 그래요. 옷 입는 법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눈이 바뀔 정도의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깐, 부디 많은 분들이 <마녀의 비밀전>을 체험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취재/글/사진 타카노 마이
http://entertainmentstation.jp/23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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