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4, 2017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우리의 멋진 신세계

청소년 비만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청소년 6명중 1명 비만.."아동비만의 절반이 성인비만으로 연결") 운동량이 부족하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는 흔히 보는 이야기였다. 운동량이 부족한 건 시간이 없어서와 운동에 흥미가 없어서일 것이다. 이게 문제라고 하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이 두 요소가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계속해서 어린이 청소년들을 책상 앞에 앉히는 게 능사인 것처럼 학교와 가정에서 필사적으로 앉히고 있다. 심지어는 지진이 일어나고 태풍의 영향이 심각해도 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고 학교에 가둔다.(심지어 지진 때는 정규수업도 아닌 야간자율타율학습이었고) 다양한 과목에 안배를 두고 학생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곳의 이야기고(그나마도 초중고 올라갈 수록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를 피하려 한다.) 대부분 학교 건물 안에서 문제집 풀도록 강요하는 상황이다. 그거 아니면 학원으로 가야된다. 시간이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자연히 운동에 흥미를 가지기도 힘들어지고 대부분의 흥미는 스마트폰에 빼앗긴다. 그런 스마트폰을 한 대라도 더 비싼 값에 팔지 못해서 안달이 나있는 한국 기업들은 온동네에 핸드폰 가게를 깔아놨고 여기에 각종 인터넷 기업과 게임사가 끼어든다. 그럼 자연히 어린이 청소년의 눈은 핸드폰으로 가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른들이 한 거라곤 게임에 온갖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해 차단기를 내린 것 뿐이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는 별 거 없다. 주변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게들에서 팔기 때문이다. 주로 자본의 손길이 뻗친 편의점과 햄버거 가게에서 파는 건 고열량 음식들이다. 이런 곳이 도처에 널려있고 원래 있던 가게들은 다 문을 닫는데 어린이 청소년들이 어디를 가는가? 그리고 이 뒤엔 닭 돼지 소를 가둬 키우며 질도 좋지 않은 고기를 마구 생산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음식들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가정환경이 있다. 집에서 밥을 먹으려고 해도 부모들이 다 일 때문에 저녁 시간에 들어오지 못한다. 직장에서 보내주지 않는데 올 리가 없다. 요즘 노조가 계속해서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계속해서 깨지고 있고 이 이야기도 한 줌 밖에 안 되는 곳의 이야기. 한 줌 이외의 곳은 부당노동을 당해도 그러려니 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 참 허황된 이야기다. 한국의 역대 정부 중 어떤 정부도 그런 삶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면서 자본이 하고 싶은대로 놔둬왔던 우리가 해온 것의 결실인 것이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실은 다 외면한 채 그저 "애들이 운동을 하기 싫어한다."로 결론을 내린다. 벼룩을 원래 뛸 수 있는 높이보다 작은 비이커 안에 가두면 이리저리 뛰어보다가 그 높이에 적응해서 그보다 낮은 높이로만 뛰고 비이커를 치워도 그 높이로만 뛴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게 그런 거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지워버리고 운동을 즐겨하지 않는다 지적해봤자 어린이 청소년들을 감싸고 있는 비이커는 치워져 있지 않은 채이다. 비이커를 왜 치우지 않는 걸까? 비이커로 인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움츠러드는 것보다 비이커를 누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이 더 중요해서?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