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대한 포럼에 참가했다. 녹색당을 지지하면서 많이 접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이다. 월 40만 원(녹색당이 당론으로 기본소득을 잡으면서 액수는 정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하승수 공동위원장이나 당내에서 대체적으로 보고 있는 선이 40만 원선이다.)을 전인민에게 지급하여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게 하겠다는 이야기. 듣기엔 좋지만 계속 내 마음 속엔 현실성에 대한 문제가 맴돌았다. 서울시 NPO 지원센터라는 듣도보도 못해 찾는 데에 한참이 걸린 곳을 일부러 찾아간 이유도 이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지 않을까에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성을 느낄 수 없었다. 한국의 세금제도와 징수는 확실히 문제점이 많아서 이를 해결하여 OECD 평균이나 그 이상으로 가게 되면 확실히 상당한 액수의 예산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만큼 늘어난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금제도와 징수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해서 인민 한 명당 월 40을 줄 수 있는 돈이 갑자기 확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이 포럼에서 설명한대로라면 그렇게 많이 남는 건 모든 목표를 100% 달성했을 때에 가능하다. 기본소득을 줄 수 있을만큼 예산이 늘어났다 치자. 그럼 그 예산을 전부 기본소득에 쏟아부을 것인가? 일반 여론, 언론, 재계, 지식인 할 것 없이 다 미친 짓으로 치부할 것이다. 한 국가에서 예산으로 쓸 수 있는 분야는 상당히 다양하다. 그런데 다른 분야를 다 무시하고 연 100~200조나 되는 예산을 여기에 쏟아붓겠다고? 설령 좌익 정당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해도 상대적 소수가 된 우익 정당들이 버티면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 뿐더러 국회 밖의 소리는 절대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전제로 깔아본 세금제도와 징수의 문제점 해결도 상당히 멀고 먼 문제로 다가온다. 이 포럼에서 제기되었지만 세금을 갑자기 막 올리는 건 경제적으로 상당한 문제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경제가 마구 성장하는 시기라면 모를까,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이 시기에 기업이 겪게 될 문제는 물론이고 복지에 쓸 테니 세금을 마구 올리자, 이러면 인민이 과연 받아들일까? 저러고선 엉뚱한 데에 쓸 것이라는 정치불신을 조장하기 쉽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또다른 전제인 좌익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문제는 더더욱 멀고 먼 문제이다. 하려면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하는데 최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줄기차게 주장한 비례대표 확대가 불씨를 제대로 지피기나 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을 보면 도대체 언제 될 수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포럼을 들으면서 삼국지 게임이 생각났다. 그 중에 본게임인 장기 모드가 아닌 보너스 게임으로 나오는 단기 모드. 이 단기 모드에선 주변 상황을 크게 신경쓸 것 없이 힘을 한 곳으로 모아 목표 지역을 탈환하면 성공하는 시나리오가 상당수 있다. 장기 모드에서 썼다간 망하기 십상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그래서 이 전략은 결국 머릿속 상상에서 그치게 되는 것이지 실전에서 사용할 수가 없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이 왠지 이 단기 모드 전략과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건 장기 모드에서의 천하통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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